“내가 계몽주의적이거나 선민의식에 물들어 있는 건 아닐까. 더 많이 안다거나 더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. 지적인 즐거움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깊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. 내게 필요한 건 순수한 긍정과 기쁨이다.”
영화와 시 55p, 정지돈
지적인 즐거움을 갈망하고, 또 갈망하는 탓에 조금이라도 맛보면 스스로 뿌듯하고 기쁘지만, 그 이외의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. 어쩌면 지적인 즐거움에 젖을 수 있다는 건, 뭘 좀 더 알았을 때 선민의식에 힘을 더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? 계몽주의적 말 한마디에 정당성 같은 걸 부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층 더 높아진 건 아닐까? 순수한 긍정과 기쁨이라는 걸 나는 과연 진정으로 느낀 적이 있나?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또 이것을 간직하기 위해 기록해 두었다. 이 문장이 옳고 그르다를 가리기 보다는 진짜 순수한 긍정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 여겼던 나 자신을 되돌이켜보려는 마음에서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