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공포의 순간"
밤 12시가 넘은 시각
KBS 2TV 채널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고
방송이 없다는 신호 삐-소리가 울린다
그 어떤 것보다도 무서운 장면, 세월이 지나 적막도 무서워하지 않게 된 나이지만 가끔씩 발견하는 혹은 마주하는 이 장면은 소름 끼치도록 순간적인 공포감을 준다
송곳으로 몸 한가운데를 뚫은 듯한,
소리가 몸을 통과해 뚫는 듯한 공포
왜일까?
공허함이 화면과 소리로 증명되기 때문일까?
아무것도 없는 백색 화면, 텅 빈 공간에 차는 삐-소리
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화면,
소리는 들리지만 아무 것도 없음을 증명하는 음
진실로 텅 비어있음을 증명하여서 무서운 걸까?
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,
분명 방 안에 남동생이 있는데도,
아무도 없는 듯한 그래서 무어라도 벌어질 듯한 공포감에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
아무 것도 없는 하얀 화면과 귀를 찌르는 삐-소리만 아니라면 무어라도 좋다는 듯
겁이 나면 몸이 굳고 나는 재빠르지 못한 손놀림으로 리모컨을 누른다
겨우 화면이 바뀌고 그제야 나는